인생은 끊임없는 투쟁이라는 말은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아포리즘에 불과할 지 모르나 요즘의 나에게는 매우 와닿는 문장이다.
나는 인생에서 입시 미술과 군대라는, 어쩌면 한국 사회에서 디자인을 하는 동시에 사람 대접받고 살아가야한다면 겪어야 할 필수적인 고통(?)을 이미 지나쳤다. 이제 나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기위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부를 해야하는 것이 정말 끝도 없고, 내가 이걸 죽기전까지 다 읽어볼 수나 있을까 싶은 양의 텍스트와 이미지들, 그리고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툴과 세계의 판도, 심지어 이제는 코드도 익숙해져야 하는 실정이다. 정말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나는 썩 집중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정리를 잘 하거나 요점을 잘 파악할 정도로 꼼꼼하고 똑똑한 사람도 되지 못한다. 그러니 하루하루가 전쟁을 치루는 느낌이다. 다행이라면 중압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는 어느정도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고 내가 공부하는 것이 쓸모있는 미래로 연결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 다만 내 몸이 거기에 익숙치가 않다.
나는 요즘 들어 많은 잘못된, 또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 습관들을 고치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엔 정리의 기술들을 익히고 있다. 받아들이는 정보량이 10배에서 20배정도 증가 (부끄럽지만, 나는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열심히 공부를 했을지는 몰라도 절대적으로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다..) 했기 때문에 필요없는 정보와 쓸모있는 정보들을 어느정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같다. 모든 글들을 처음 글자부터 끝의 글자까지 읽는다면 나는 내가 받아들이는 정보들을 죽기 전까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간단한 (?) 계산이 있었다 (사실 나는 하루하루 내가 트위터로 받은 정보들도 잘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필요한 것들만 열어보려고 노력중이다).
정말로 정보를 잘 조직하고,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이전에 방대한 지식과 실력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한 세상이라고 느낀다. 내가 천재라면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고 머리속에 방대한 정보의 창고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천재라는 신화에 살고 있지 않고, 실질적으로도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여러가지 정리의 도구들을 생각해내고 있지만, 일단 그것들이 유효한지 아닌지를 떠나 실제로 구현된 것들이 별로 없어 안타깝다. 그나마 가장 좋은 정보 쌓기는 블로그에 글을 남겨 정리한다거나, 개인 위키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정보들을 읽고 분석하는 만큼의 시간이 소모되므로 결국 1/2의 시간을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내가 받아들이는 정보들을 유기적으로 분리시켜 위계를 만들 고 아카이브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용도 전용의 (디지털) 도구가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그런 도구의 개발은 곧 목전에 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얼마전에 본 제프 러스킨의 아들이 고안한 파이어폭스의 아이캔디 - 작업창들을 폴더로 끌어넣어 정리하는 방법- 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미래들 중 하나이다. 안타깝게도 기술적인 문제들이 있어 아직은 구현이 힘들다고 한다. 간단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은 디자이너가 겪는 가장 큰 안타까운 순간이다).
웃기는 일이지만, 나는 나의 떨어지는 사회성과 이성에 대한 무관심 등이 나의 지금 인생에 도움이 되는 듯하여 흡족하다. 정말 많은 집중력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물리적인 시간도 적지 않게 필요한데, 지금 나는 덕분에 시간을 벌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디자이너는 인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연애의 달콤함을 알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나는 신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나한테 부족한 것도 있을 테다. 나는 저런 것들이 나의 부족한 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원한다. 나는 평생을 어떤 서브젝트들에 바친 과학자들과 예술가들, 디자이너들을 존경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아집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자신이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의 토대에 있는 것은 무시하고 말이다. 그런 평가들은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것들이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해주는 말이라고 넘기고 집중해야 한다. 더이상의 걱정과 분노는 에너지의 낭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단지 아쉬운 것이라면 같이 할 사람을 찾지 못했다는 것인데, 얼마 전에 마음 맞는 몇명의 사원과 사장이 있으면 세계정복도 가능하지만 실제는 마음이 맞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과 머리를 싸매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회사 생활, 사회 생활이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래도 나는 사람사이의 관계에 있어서도 아직도 이상주의를 버리지 못했는지 아직도 많은 것들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