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일 금요일

온라인 이미지 카탈로그 관찰하기

문득 4년 전 입학해서 첫 수업에 들어간 날, 당시 유행하던 여러 그래픽 디자인 도록들을 한아름 들고 강의실에 들어온 아저씨가 생각난다. 비싼 가격에 비록 사는 사람은 없었지만, 나는 저런 도록들로 책꽃이를 가득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책들이 도서관 구석에 찾는 자 없이 조용히 꽂혀 있다는 것을 1년 후에 알았고, 파이돈 사의 에어리어를 마지막으로 도록이라 볼 수 있는 책은 구매하지 않았다).

나는 이 글을 보는 적잖은 사람들의 즐겨찾기에 ffffound라는 사이트가 이미 추가되어 있다고 추측해 본다. 이 사이트는 플래시 디자이너 유고 나카무라의 THA 스튜디오에서 '이미지 북마킹'을 내세우고 만들어졌다. 이 사이트를 처음 둘러보는 사람들-특히 학생-은, 다섯 페이지 이상 넘겨봤다면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다고 감히 단정해 본다. 한국에서는 쉬이 보지 못할 특이한 작업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이 사이트에는 디자이너의 작업들 뿐만 아니라, 사진과 웹 버내큘러 아트, 포르노그래피까지 매우 다양한 범위의 이미지들이 올라온다.

특정 사이트의 디자인을 넘어서, 일종의 웹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익명자에 의한 웹 큐레이팅'은 그 정확한 시초를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도록들을 탐내던 시절의 전후 시기에 만들어진 듯 하다. 사이트 관리자에 의해 일괄적으로 업로드되는 사이트도 있으며, 위의 사이트처럼 익명의 다수가 자신들이 마음에 드는 이미지와 출처를 올리는 곳들도 있다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디자인 리소스" "인스피레이션" 사이트들은 외국에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추세지만, 포털이 주도하는 텍스트 베이스 블로그 서비스 유저가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여전히 보기 힘들다).

도록들의 선형적이고 분류된 시각적 경험과, 웹의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이미지의 편린들이 충돌하면서 직조하는 비선형적인 경험은 명백한 차이가 있다. 우리는 그것들이 충돌하는 모호한 시간대에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 외국의 블로그에서 이런 사이트들이 인기를 끄는 데에 우려를 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Adrian Shaughnessy, "Publishing in the Age of Internet", Design Observer, http://goo.gl/diCU). 이미지의 범람에서 그 이미지가 만들어진 과정과 컨텍스트가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 내가 주목한 요지 중 하나였는데, 그건 글의 주된 의도를 제쳐놓고 보면 그럴싸하다.

디자이너들은, 고된 디자인의 결과물이 종이 링에 싸여 빠른 시간 안에 조립된 빅맥과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안다. 정말 만족할만한 포트폴리오의 작품을 갖추는 것도 썩 쉬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런 포트폴리오의 최종 이미지들이 사람들의 퍼가기에 의하여 우주 쓰레기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부유하고 있는 장면은 암울한 미래가 현재에 도달함을 보는 듯하다. 한국의 현실을 빗대자면, 마치 '은꼴사'나, 싸이 셀카가 엉뚱한 웹사이트에 올라가 사람들이 낄낄대고 있는 장면과도 비슷할까. 장인 정신과 수공예, 디자인 프로세스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몹시 개탄할 만한 현실이다 (물론 그건 다른 의미에서겠지만).

하지만, '도록'을 되돌아 보면, 단지 더 좋은 이미지 퀄리티의 인쇄물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다를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왜 디자이너들은 도록을 사는가? 대부분의 도록들은 결과물 이미지와, 친절할 경우 약간의 (충분하지 않은) 설명이 제공된다. 한편 우리가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사람들의 반응이 추가된다. 어떤 이미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favorite 되고, 우리는 그에 관한 커멘트들이나 재창작물 (새로운 Gap 로고의 셀 수 없는 2차 창작물을 보았는지?)도 볼 수 있다.

비록 이런 넘쳐나는 이미지월들이 무엇을 제공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나는 자원의 양적 증가가 새로운 발명을 낳는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수많은 이미지들을 관찰하며, 분류하고 저장하고 있다. 얕은 통찰력으로 인해 아직은 결론을 도출하기는 이르지만, 모은 이미지들을 어떤 느낌들로, 또는 미디어로, 색깔로 분류하다 보면 흥미로운 것들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온라인의 이미지 카탈로그에 탐닉하게 되지 않을까. 왜냐하면 이 미디어들은, 가장 열렬한 산업 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디자이너들의 이미지에 대한 욕구를 소비하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