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그러니까, 난 운이 좋았다. 전에 세용이 형이 고등학교때 얀 치홀트 책이 있었다는 얘기에 놀랐다고 하던데, 사실 생각해보니까 놀라운 것이 맞았다. 우리 학교는 미술 교사도 별로였고 디자인에 관심있는 교사도 없었지만, 고맙게도 누군가가 꾸준히 디자인에 관련된 도서를 들여왔다. '현대 디자인론'인가, '잡지는 디자인이다' 인가,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인가 (이 책의 이름들은 정확하지 않은 것 같은데, 검색해봐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책들을 주로 읽었다. 미술에 관한 책들도 상당히 다양했다. 그 책들은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자유롭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저 '비쥬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이라는 책은 편집도 상당히 훌륭했고 내용도 알찼기 때문에, 나에게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잡게 해주는 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외에 학교에 있는 외서들도 디자인이 좋은 것들이 많았는데 이런 것들은 시각적인 훈련에 도움을 줬다.)
iii. 이젠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긴 하지만, 난 비록 시작이 늦었다 뿐이지 상당히 곧은 인생을 살아오고 있는 듯하다. 긴 방황의 시기, 연애 실패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보다는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아직도 강렬하다. 고등학교 들어서야 알게 된 'UI 디자인'을 난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연습장에 끄적거리고 있었고, 초등학교때 시스템을 분석해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한 때 나는 나의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지고 있다고 비관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도 고맙다. 더욱 풍부한 경험을 통해, 더 다양하고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틀림없다.
iv. 요약: 이제 비관만 하지 말고 바쁘게 살아야겠다. 아, 비관은 계속 할 거다. 비관만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