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4일 화요일

걱정과 습관, 정리

i. 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사실 이건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습성인 것이 분명한데, 아버지는 뭔가 일을 하면 네번 다섯번 확인을 한다.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많이 다투는 계기가 되었다) 그냥 안으로 계속 걱정하다가 가끔 넌지시 찔러보는 정도다. 아마 고민의 Subversion 데이터를 형성하면, 엄청난 양이 쌓여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어릴 때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 나의 인생은 고민으로 만들어졌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막연한 주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주제들에 대한 해결법들을 만화에 그리곤 했다)...이유는 모르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을 때, 나는 끝없는 절망으로 빠져들었다. 어리고 경험이 없는 나는, 시간이 많은 것들을 해결해준다는 것을 모른 채 쉽게 절망에 빠져들곤 했다. 만화 그리기, 낙서하기, 공상하기, 책 보기...그리고 특히 컴퓨터 게임같은 활동은 그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되는 방법이었다.

ii. 여러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에게도 많은 습관이 있다. 하지만 나의 많은 습관은 그 지속적이고 집요한 고민들이 만들어낸 것들이 많다. 때로는 그런 나를 컨트롤하지 못해 술로 하루하루를 버틴 적도 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적당히 하는 법'을 어느정도 깨달았지만, 나는 아직도 고민 투성이다. 수많은 가능성들이 내 앞에 있지만,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것은 없는 이 상황이 꽤나 고통스럽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꾸준하고 진중한 자세를 갖춘 연습인 것을 알지만, 자꾸만 고민하게 되고, 주의력을 상실하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시작하고 쉽게 내팽개쳤는가. 무언가를 하다가 머리가 핑- 하고 마비되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던 시간이 너무 많지 않았나. 크게 볼 수 있는 기회들을 작위적인 수행 태도로 쉬이 망치지 않았는가. 나에게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지속적인 고민'보다는, '지속적인 반성'이 필요하다.

iii. 2010년 중반기부터 정리를 연습하고 있다. 사실 난, 부끄럽지만 정리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살았다. 참 편하게 살아왔다. 이젠 내가 주체가 되어서 정리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속적 반성' 끝에, 최근들어 생긴 좋은 습관이다. 다행히도 이 시대에는 정말 많은 정리를 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 그 도구들로 삶을 정리하는 방법들을 조직하는 것은 참 창의적인 행동이다. 드랍박스나, 구글 독스같은 클라우드 기반 툴들은 정신분열증에 빠질 것 같은 데스크탑과 모바일, 랩탑 환경을 통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리를 하는 것은 시간낭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좀 과하게 말하자면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쓰레기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다. 정리하지 않으면 내가 필요할 때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꺼내볼 수도 없다. 정리는 정말 중요하다.

iv.사실 몬스터를 한 캔 비우고 잠이 안 와서 새벽에 이런 뻘스러운 글을 쓰고 있다.